계유정난의 이면을 무대에 올리다... 연극 ‘핏빛, 그 찰나의 순간’
수원문화원은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조선 초기 권력 찬탈 사건인 계유정난을 소재로 한 연극 ‘핏빛, 그 찰나의 순간’(작 최준호, 예술감독 정운봉, 연출 김예기)을 선보인다. 극단 촌벽의 제작으로 진행되는 이번 공연은 전석 무료로 진행되어 지역민에게 수준 높은 공연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연극 ‘핏빛, 그 찰나의 순간’은 존재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인간의 투쟁과 그에 따르는 대가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세조 말년에 이르러 세조와 한명회가 과거를 회상하는 구조로, 1453년 당시의 상황을 입체적으로 풀어낸다.
배우 강성해가 ‘한명회’, 배우 윤서현이 ‘세조’ 역을 맡아 안정적이고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김종서’ 역에 정운봉, ‘신숙주’ 역에 임규, ‘권람’ 역에 이승훈을 비롯해 다양한 배우들이 출연해 극의 완성도를 더한다.
연극 ‘핏빛, 그 찰나의 순간’은 고등학생 이상 관람 가능하며, 네이버예약을 통해 무료 관람신청이 가능하다. 공연은 5월 7일부터 8일까지 수원 빛누리아트홀에서 진행된다.
■ 공연개요
: 연극 ‘핏빛, 그 찰나의 순간’
: 2026. 05. 07 (목) / 05. 08 (금) 19:30
: 수원 빛누리 아트홀(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로 237)
: 전석 무료
: 90분 (인터미션 없음)
: 고등학생 이상 관람가
■ 제작진
: 최준호
: 정운봉
: 김예기
: 강성해 윤서현 정운봉 임규 이승훈 이계영 윤원기 박재용 김준우 강한별 최혜주 최기헌 김성일 김동영 장도준 신상훈
■ 줄거리
“바람이 일어난다! 살아야겠다!”
피로 물든 역사 속에서 붙잡으려 했던 영원한 찰나의 기록
세조 말년, 권력의 일등 공신이었던 한명회와 신숙주는 역모의 누명을 쓰고 의금부에 갇힌다. 죽음의 문턱에서 한명회는 과거 자신들이 제거했던 수많은 망령의 환영을 마주하며 괴로워한다. 이때 병색이 짙은 세조가 그를 찾아오고, 두 사람은 피비린내 나던 그날, 1453년 10월 10일 계유정난의 기억을 거슬러 올라간다.
미래 없는 삶 속에서 오직 생존을 위해 판을 짰던 천재 설계자 한명회와, 어린 조카를 밀어내고 왕이 되려는 거대한 욕망을 품은 수양대군. 그리고 명분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던 신숙주와 권람.
“우린 오늘 하루 동안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 자들이다!”
그들은 구국(救國)이라는 변명 뒤에 숨지 않고, 오직 승리만을 위해 거침없이 칼을 휘둘러 김종서를 제거하고 권력을 찬탈한다. 하지만 승리의 영광 뒤에는 평생을 따라다니는 죄책감과 망령들의 울음소리가 기다리고 있다.
인생이라는 핏빛 바다 위에서 영원 같은 ‘찰나의 순간’을 붙잡기 위해…스스로 괴물이 되기를 선택했던 이들의 치열하고도 쓸쓸한 이야기가 무대 위에 펼쳐진다!
■ 연출의도
왕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핏빛으로 물든 그 찰나의 순간, 우리는 인간의 욕망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경계에 선다.
수양대군에게 왕위는 단순한 권좌가 아니다. 그것은 스스로를 증명하고자 하는, 존재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투쟁이다. 그는 이미 권력을 가질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 믿음은 타인의 인정이 아닌, 피로써 쟁취해야만 완성된다. 그의 욕망은 필연적으로 폭력의 형태를 띤다. 왕이 되고자 하는 욕망은 결국 ‘살아남고자 하는 본능’과 다르지 않다.
한명회는 또 다른 결핍에서 출발한다.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난 존재, ‘모지리’로 불리던 한 인간이 중심으로 들어가기 위해 선택한 방식은 권력에의 기생이 아니라, 권력 그 자체를 설계하는 것이다. 그는 왕이 되지 않는다. 대신 왕을 만든다. 그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자 한다. 그의 욕망은 인정받고자 하는 갈망이며, 그 갈망은 차갑고 계산적인 폭력으로 변모한다.
이 두 욕망이 만나는 지점에서, 역사는 피로 쓰인다.
무대는 이들이 저지른 선택의 결과를 단순히 재현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 ‘순간’을 붙잡는다. 칼이 내려치는 순간, 배신이 결정되는 찰나, 인간이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바로 그 찰나. 그 짧은 순간 속에서 관객은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과연 그들이 얻은 것은 무엇인가.
왕이 된다는 것은, 수많은 생을 짓밟고 올라선 끝에 도달할 가치가 있는 것인가.
권력은 인간을 완성시키는가, 아니면 더욱 공허하게 만드는가.
핏빛은 단순한 폭력의 상징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 욕망의 색이며, 동시에 그 욕망이 남긴 공허의 흔적이다. 무대 위에서 흐르는 피는 점점 현실성을 잃고, 하나의 상징으로 변해간다. 그 상징 속에서 관객은 더 이상 역사적 인물을 보지 않는다. 대신,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얼굴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이 작품은 왕이 되는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왕이 되어도 결코 채워지지 않는 인간의 이야기다.
그 찰나의 순간 이후,
그들은 과연 무엇을 얻었는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얻기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
2026/04/17,
빛누리아트홀